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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중/죽기 쉬운 공작 영애와 7명의 귀공자

죽기 쉬운 공작 영애와 7명의 귀공자 봄의 궁전 4

그 후, 어떻게든 클라우스의 추궁에서 벗어나 저녁 식사 시간을 맞이했다.
저녁 식사 도중 클라우스가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화제로 꺼낸 순간, 아버지와 하한 공작이 굉장히 엄숙하게 그에게 충고했다.
어쩔 수 없지. 아직 10살인 아이가 가도 괜찮은 장소가 아니다.

유적에 대한 화제가 나온 순간, 오라버니가 시치미떼는 표정을 하면서도 내심 조마조마해 하는 것이 재미있었던 건 비밀이다.
클라우스에게 에드아르트 오라버니가 <내항자의 유적>에 갔던 것을 입막음해둬서 다행이다~~.

저녁 식사가 끝나자,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봄의 궁전>의 전송문을 이용해, 대륙 중앙부에 있는 마법 학원 도시로 가려고 했다.
전송문은, 각각의 거점의 주요 건축물 지하에 있고, 거점들을 마법으로 이어 워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전송문을 이용하려면 일회성 열쇠를 사용해야 하므로, 오라버니는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아버지께 열쇠를 하나 받았다.

나는 조금 전 클라우스와의 대화 중 문뜩 불안해진 것이 있다.
이 성수석에 걸린 마법에 대해서 듣고 싶어서, 자기 방에서 짐을 싸던 오라버니를 잡았다.

「오라버니, 바쁘신데 죄송하지만, 이 목걸이에 관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응, 뭐가 궁금하니, 에리카」
「클라우스님께서, 이 목걸이에 걸린 마법에 대해 궁금해하셨거든요. 굉장히 특수한 마법이라고」
「헤에, 특수한 마법, 말이지. ……잠깐 빌려주겠니, 에리카」

살짝 미간에 주름을 맞대고, 오라버니가 성수석을 응시한다.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그 자리에서 웅크리고 가지고 있던 가죽 가방을 바닥 위에 펼쳤다.

「이동식 기적의 방이었나요……?」

연금술사가 준비한 아이템 종류를 모은 저장고를, 기적의 방이라고 부른다.
그 가죽 가방은, 내부 공간을 확장한 가방 같다.
오라버니는 그 안에 저장고를 구축했던 거다.

「이야, 공간을 고치는 마법은 굉장히 고액이었어……」
「그렇겠죠……」

오라버니가 먼 곳을 바라보는 눈을 하며 그렇게 말한다.
참고로 안에 들어있는 지팡이의 종류도, 재료만으로도 엄청난 금액이다.

이건 꽤 돈을 쓰셨겠지, 에드아르트 오라버니.
구체적인 금액은 모르지만, 살짝 본 것만으로도 나중에 오라버니가 받을 예정인 은 광맥을 하나 둘 정도 팔아버렸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그럼, 조사해볼까」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그 안에 있던 대량의 완드중에서, 설탕 단풍의 가지로 만든 지팡이를 빼냈다.
지팡이 끝에는 에메랄드.
손잡이 부분에는 야광 조개로 공작 날개를 본뜬 세공이 되어있다.
아마 속 재료가 공작의 날개깃이겠지.

완드의 길이는, 딱 지휘자의 지휘봉 정도의 길이다.
이런 작은 도구에, 아마 50회 이상 --최고급 지팡이라면 100회 이상의 마법이 담겨있다.

편리하네~라고 생각했지만, 한 자루에는 한 종류의 마법밖에 담지 못한단 말이지.
모든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완드가 필요해진다.
그래서 서쪽의 연금술사는 준비가 중요한 거다.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그 지팡이를 마치 지휘자처럼 휘둘렀다.
희미한 녹색 빛으로 만들어진 마법진이 오라버니의 주위에 전개되고, 그 눈에 집속된다.

이제 에드아르트 오라버니의 눈은 일시적으로 영시의 마안으로 변했다.
이 세계에서 말하는 연금술사의 마법은, 어디까지나 수작업이다.

「그렇구나. 이건 굉장하네」
「어떤가요?」
「<내항자의 유적>에서 찾았으니까, 그 시대의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어.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오래됐어. 적어도 남쪽 이그니시아가 이 대륙을 정복하기 전의 마법이야」

서쪽 아우레리아의 선조인 <내항자의 일족>이 이 땅에 도착한 건, 약 650년 전이다.
남쪽 이그니시아의 침략왕이 캐스케티아를 멸망시키고, 이 대륙을 지배 아래에 놓은 것은, 그보다 150년 정도 전의 이야기.
합쳐서 800년이나 전이라는 게 된다.

캐스케티아는 흡혈귀의 나라다.
그 나라는 흡혈귀의 왕족과 귀족이, 인간을 가축처럼 지배하던 어둠의 나라였다--고 전해져왔다.

즉, 이 돌에 걸린 마법은, 캐스케티아의 흡혈귀의 마법일 가능성이 높다.
더없이 불길하다.

「흡혈귀가 사용하던 마법, 이라는 거군요」
「그래, 맞아」

이 대륙에서는 흡혈귀는 아주 오래전에 멸종된 800년 전의 망령이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 공략하지 않은 시나리오에는 흡혈귀가 나온다고 들었다.

「다행히 우리에게는 안전한 종류야. 서쪽의 인간은 이런 마법에 한결같이 둔하니까. 하지만-- 동쪽이나 북쪽의 인간은 무서울 정도로 민감하게 영향을 받지 않을까」
「어떤 마법이 걸려있던 건가요?」
「매료에 가깝지만, 뭐라고 말할까, 더…… 그,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아」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인가.
문득 「리벨·몬스트로룸」에서의 클라우스와 앤의 비극이 떠올랐다.
원래는 굉장히 예의 바른 앤이, 어째서 에리카가 갖고 있던 목걸이를 원했는지.

--이 목걸이가 불러일으킨 욕망 때문일지도 모른다.

「에리카, 내 대신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이건, 오라버니의 저장고의 열쇠다.
저장한 아이템은 우리 일족에게 있어 생명과도 같다.

「오라버니, 어째서 이렇게 소중한 것을 제게?」
「네가 굉장히 불안해 보이니까. 나는 친구를 위해 마법 학원 도시에 가야 해. 원래는 네 곁에 있어 주고 싶지만…… 저쪽도 일은 한시를 다투는 일 같아서」
「오라버니……」
「괜찮아, 어지간한 일이 없다면, 내일 이른 아침에는 돌아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말하고, 오라버니는 지하에 있는 전송문을 사용해 마법학원도시로 향했다.

나는 <봄의 궁전>의 응접실로 향한다.
클라우스와 앤이 무사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긴 드레스가 다리에 감기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나는 예의 없게 밤의 궁전 복도를 달렸다.
오늘 일어난 사건이, 차례차례 머릿속에 떠오른다.

만발하는 꽃들 사이에서 볼을 물들이던 앤의 미소.
성수석 목걸이의 마법을 조사할 때의 클라우스의 반짝거린 눈.
고대 흡혈귀의 마법이 걸린 목걸이의--희미하지만 신비한 푸른 빛.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앤의 미소와 클라우스의 찡그린 얼굴을 보고 안심하고 싶었다.





하한공작의 자녀들이 머물기 위해 할당된 응접실에는, 이 봄의 정원의 꽃들이 잔뜩 장식되어있다.
방안에는 향기로운 꽃의 향기가 감돌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스 공자와 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한공작을 섬기는 시녀들은, 전부 마법으로 수면 상태에 빠져있었다.
잠들어있는 시녀들 사이에 앤이 같이 있지 않은지 확인했지만, 역시 없었다.

--아마, 클라우스의 짓이다.
아직 10살 소년에 불과하지만, 클라우스의 마법 능력은 파격적으로 높다.

그녀들은 평범한 시녀가 아니라, 공작을 섬기는 시녀다.
즉 어느 정도 마법의 소양이 있다.
그렇다면, 항상 가벼운 마법 저항의 강화를 사용하고 있을 거다.

그런 그녀들이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력한 수면 마법을 사용해 빠져나가다니.

이거, 대체 언제 사용한 마법인 걸까.
클라우스뿐만 아니라 앤까지 사라진 것도 신경 쓰인다.

클라우스는 <내항자의 유적>으로 향했겠지.
십중팔구, 틀림없다.
앤은, 행운의 여신이 그녀의 편이라면, 하한 공작과 공작부인의 곁에 있을지도 모른다.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서둘러 아버지와 하한 공작을 만나러 가야겠지?)

이 상황은 섣불리 퍼져, 패닉이 일어나도 좋지 않다.
나는 문을 닫고, 복도를 지나 아버지의 방으로 향했다.
15분 정도 걷는다.
훨씬 전에 아버지의 방에 도착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원래 방에 겨우 다다랐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익숙한 궁전에서 헤매고 있는 것을 이해했다.

궁전을 미궁으로 바꾸는 마법이 걸려있다.
하지만, 아무리 클라우스라도, 공간 왜곡은 사용할 수 없겠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유령 미궁으로 바꿨다고 생각한다.
통과하는 인간의 방향 감각을 이상하게 만들고 환영에 묶어, 마치 그곳이 미궁인 것처럼 현혹하는 마법이다.

이 마법 때문에, <봄의 궁전은>은 몇개의 구획으로 분단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하한 공작이 있는 응접실이나 아버지 아우레리아 공작의 방에 가는 것도 불가능하고, 어른들이 아이들의 방에 도착할 수도 없겠지.
10살인데 이런 복잡한 마법을 구사하다니…….
나는 클라우스의 재능에 놀라움을 숨길 수 없었다.

(그보다, 쓸데없이 용의주도하잖아, 클라우스--!!)

이런 때야말로 진정해야 된다고 생각해 심호흡한다.

「에드아르트 오라버니, 바로 사용하게 될거같아요」

방금 전에 오라버니께 받은 저장고의 열쇠를 바라본다.
나는 그것을 적당한 방의 열쇠 구멍에 넣고, 돌렸다.
이 열쇠 자체가, 궁전의 어떤 방의 문이라도 오라버니의 저장고로 이어지는 문으로 바꿀 수 있는 매직 아이템이다.

문을 열자, 그곳에 연금술사 에드아르트·아우레리아의 기적의 방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