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궁전 계단을, 나는 서둘러 뛰어 내려간다.
(아아, 갈아입길 잘했다--)
드레스를 입고 달렸을 때와 비교해서, 얼마나 경쾌한 발걸음인가.
그보다, 현대인의 감성으로 보면, 드레스는 힘들지.
단순히 내 여자력이 낮은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잠시 후, 지하에 있는 전송문에 도착했다.
그곳은 밤에도 성수석 램프의 따뜻한 빛으로 곳곳이 비치고 있다.
「흐음, 여기에는 더 없는 것 같네」
전송문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런 쉬운 게임이 아니었다.
근처에는 아치 형태의 돌로 만든 전송문이 잔뜩 늘어서 있다.
이것들은 나라 안의 주요 거점과 이어진 전송문이다.
전송문에는 각각의 전송지를 나타내는 상징이 붙어있다.
모든 전송문에는 희미하게 빛나면서 회전하는 마법진이 떠 있다.
일회성 열쇠가 없으면 열지 못하게, 마법으로 엄중히 봉인되어있다.
나는 망설임 없이 가장 안쪽에 있는 전송문으로 향한다.
그곳에 있는 게, 가장 오래된 <내항자의 유적>으로 향하는 전송문이다.
목적인 전송문 앞으로 와, 나는 허탕을 쳤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쇠, 걸려있네요……」
일회성 열쇠의 마법진과 함께, 물리적인 자물쇠까지 걸려있다.
이러면 설사 어떠한 방법으로 일회성 열쇠를 무효화시켜도, 전송문을 사용할 수는 없다.
무슨, 허무한 결말인 거야.
오라버니의 저장고에서 물자를 빌리기까지 해서, 철저한 임전 태세를 하고 왔는데.
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는 것보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 쪽이 훨씬 좋지.
일단 안심……해도 되는 걸까.
그렇다면, 클라우스는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나는 만약을 위해 영시 마안의 지팡이를 사용했다.
어라? 이거-- 이 자물쇠, 환영이잖아!
진짜 자물쇠는 누군가에 의해 파괴되어있다.
게다가, 어째선지 일회성 열쇠의 봉인 마법진도 환영이다.
부서진 자물쇠를 부서지기 전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환영을 작성하고 실행한 사람은 클라우스·하한.
작성한 것은 30분 정도 전이다.
일회성 열쇠의 환영은, 내 아버지이신 아우레리아 공작이 10년 전에 작성한 것이었다.
<내항자의 유적>의 전송문은 단연 오래됐다.
그래서 일회성 열쇠를 설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대신 물리적인 자물쇠로 잠그고, 환영으로 마치 일회성 열쇠의 봉인이 있는 것처럼 위장한 걸까.
영시 마안을 한번 사용하는데도 막대한 돈이 드는 아우레리아의 사람들에게는 유효한 위장이다.
하지만, 동쪽의 마법사, 그것도 우수한 마법사 정도가 상대라면, 전혀 의미 없게 된다.
클라우스는 이 위장을 보고, 봉인이 거짓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을 거다.
그는 물리적인 자물쇠를 파괴한 뒤, 그것을 숨기기 위해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물쇠의 환영으로 위장했다.
그 결과, 마법으로도 물리로도 겉보기에는 자물쇠가 걸린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역시, 유적으로 가서 데려와야지」
솔직히, 무섭다.
전세에서도 악령이나 괴담 같은 것은 거북했다.
그런 것이 진짜 있는 <내항자의 유적>으로 가는 건 굉장히 무섭다.
하지만--
「기다리고 있으라고, 클라우스, 앤」
그런 곳에 하한 남매가 있다면--
유적에 뭐가 있는지,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헤매고 있다면, 그들을 구해야지.
나는 한 걸음 나아가 <내항자의 유적>으로 향하는 전송문 안에 들어간다.
분명, 전송되는 곳의 땅을 기리는 말이 마법을 발동시키는 명령어였을 거야.
나는 전송문에 새겨진 명령어를 읽었다.
「오라, 나의 친우, 이 바다를 넘어, 우리의 약속의 땅으로, 새로운 이름을 내려주겠다」
☆
--가벼운 현기증을 느꼈다.
눈을 뜨자 그곳은 <내항자의 유적>에서 가장 위의 계층이었다.
전송문은 모습을 드러낸 상태로 바닥에 주문이 새겨진 고대의 형식.
하얗고 견고한 석재로 만들어진 <봄의 궁전>과 대조적으로, 유적은 평범한 돌을 자르고 쌓는 방식으로 만들어져있었다.
유적이 있는 곳은 아우레리아영 서쪽 해안 근처다.
그런 것을 떠올리자, 희미하게 소금 냄새가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이미 밤도 깊어졌지만, 전부 어둡지는 않다.
성수석을 가공한 램프가 벽에 박혀있고, 노란빛을 띤 약하지만 온화한 빛이 방을 비추고 있다.
먼 옛날, 서쪽의 아우레리아를 건국한 일족은, 이 대륙에 마지막으로 찾아온 자들이었다.
먼저 이 땅에 살고 있던 민족은, 그들을 <내항자의 일족>이라 불렀다.
그들은 뛰어난 항해자이며, 연금술사이기도 하며, 고향을 잃은 망국의 백성이었다.
어쩌면 너무 지나친 연금술에 의해 조국을 멸망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런 구전이 남아있지만, 정확하지는 않다.
어디서 왔는지, 어떤 과거를 가졌는지, 그것들은 모두 역사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한 구전에 한 조각의 진실이 포함되어있기 때문인지, 아우레리아의 백성은 몇가지 기술을 금술로 지워버렸다.
전설로만 전해진 호문클루스를 만드는 방법 등이 그에 해당한다.
이 <내항자의 유적>에는, 그러한 아직 해명되지 않은 고대 연금술의 비의가 남아있지 않을까라고 말해지고 있다.
나는 주의하며 영시마안의 지팡이를 사용해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 시점에서 마법의 흔적은, 전송문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은 안심이다.
(역시 유적에까지 환영 마법이 걸려있으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
추가로 과거시의 지팡이를 5번 휘두른다.
지팡이에서 나온 5개의 빛으로 구성된 마법진은 방 전체에 퍼지고, 파문이 반사되어 돌아오는 것처럼 내 눈에 집속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일어난 일을 해독하는 과거시를 통해, 클라우스의 뒷모습이 왼쪽 출구로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클라우스……, 혼자만 왔구나」
방을 바라보고 있자, 이번에는 앤이 전송문을 사용해 이 방에 도착했다.
그녀는 무언가를 깨달은 것처럼, 방의 한곳을 수색했던 것 같다.
그 후에는, 역시 그녀도 왼쪽 입구로 향해--
그곳에서 과거시는 끝났다.
아무래도 클라우스가 혼자 이 유적에 향하고, 그것을 알게 된 앤이 그를 쫓아온 것 같다.
유적에 들어온 것이, 어느 정도 실력에 자신이 있는 클라우스만이었다면, 훨씬 좋았겠지만.
앤이 무언가를 찾은 것 같은 곳을, 나도 찾아본다.
부적이 있다.
아직 마법은 실행되지 않은 것 같다.
마력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여서 영시 마안으로는 인식할 수 없었구나……!
양피지로 작성된 부적에는, 동쪽 하한의 고대 주문이 적혀있었다.
특별히 어학에 재능이 있지 않은 나는 조금, 읽을 수 없네.
문자를 읽을 수 있었다면 더 많은 힌트를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추적하기 위한 목표는 세워졌다.
헨젤과 그레텔의 빵조각 대신 사용되지 않은 부적을 쫓자.
방 왼쪽 출구를 빠져나오자, 비슷한 구조의 방이 몇 개 정도 계속되는 것 같았다.
아, 멀리 좁은 통로도 보인다.
일단 통로에도 램프가 달려있다. 완전히 어둡지는 않다.
하지만, 엄청 무서운데?
오래된 건물이고, <내항자의 유적>은 지하 부분이 많아, 분위기는 지하 던전같습니다.
「귀신은 무섭지 않다고 생각하면, 무섭지 않아, 무섭지 않아……!」
기합을 넣기 위해 내가 생각해도 수수께끼의 목소리를 내는 나.
있을까 말까 한 용기를 쥐어짜, 영시 마안의 지팡이와 과거시의 지팡이를 번갈아 사용하면서, 과거의 클라우스와 앤의 등을 쫓아간다.
입구에서 200m는 이동했을까. 4번 정도 계단을 내려와서 방향감각이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괴물이나 귀신이 무섭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어두운 길을 달리고 있었더니 문득 전세의 일이 떠올랐다.
고등학생 때, 밤길에 뒤에서 맞았을 때의 기억이다.
그건,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가 아니라, 그저 어둡고 끈적끈적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인간 쪽이 무섭지. ……아, 귀신은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인간도 굉장히 무섭다.
살아있는 인간의 원한과, 질투, 증오.
그런 것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것일 거다.
그런 기억을 떠올린 참에, 인간과 만났다.
「너, 에리카인가……!?」
그곳에는 초췌한 모습의 동쪽 마법사 클라우스·하한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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