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영애 에리카·아우레리아】
「어떻게 된 거야……?」
나 아우레리아 공작 영애 에리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벌꿀처럼 짙은 금빛 머리는 우아하고 잔잔하게 말려있다.
피부는 우유처럼 하얗고, 볼은 장밋빛.
8살에 아직 앳된 얼굴인데, 자존심이 높아 보이는 눈썹에 오만해 보이는 에메랄드 눈동자.
--이게, 나야?
아니야! 이건 내가 아니야! 이건--
머리카락 색, 피부색, 눈 색, 모든 것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 특징적인 세로 롤……!!
이건 전기 판타지 여성향 게임 「리벨·몬스트로룸 ~환상수와 겨울의 공주님~」의 언더독 악녀 에리카·아우레리아다!
눈앞이 어지러운듯한 감각에 사로잡힌 나는 거울에 기댔다.
잇달아 샘솟듯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멀미할 것 같다.
이건 전생해서, 전세의 기억을 각성한 걸까?
바보 같은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에리카로서 살아온 기억이 이곳은 「리벨·몬스트로룸」의 세계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렇기에, 지금 자신의 얼굴이 아무리 반듯해도 내게는 불길한 예감밖에 들지 않는다.
하필이면 그 악역 영애 에리카·아우레리아라니.
내가 알고 있는 에리카는 마법 학원에 입학한 히로인을 매도하고 괴롭힌 끝에, 엽기 사건의 시작을 알리듯이 제일 먼저 죽는 역할이었다.
시체의 형태는, 황금 동상이 되거나, 짐승에게 들쑤셔지거나, 익사체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대로 성장하면, 히로인과 그 공략 대상의 사랑 드라마의 분위기를 띄우는 살인 사건의 시작을 알리며 죽어버릴 거야!
그것만은 피하고 싶다.
갑자기 습격받아 죽는 건,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다.
--더이상?
그리고,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전세의 마지막이라고 생각되는 순간의 기억이었다.
반짝하고 빛나는 것이 보이고 충격을 받았다.
옆구리 부분에서 뜨거움이 느껴져 손을 뻗었더니 새빨간 피가 묻어나왔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려고 도망치며 살려달라고 소리쳤더니 몇 번이나 찔려서--.
그렇구나, 나, 그대로 죽어버렸구나…….
동료였지만, 그다지 얘기를 나눈 적이 없는 사람이었지.
회사에서 돌아가는 길에 갑자기, 「날 배신했구나」라고 말하면서 몇 번이나 찔렸지만, 어째서지?
비가 내렸을 때 여분의 접이식 우산을 빌려줬던 기억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뭐가 문제였던 걸까.
아니면 또 그건가.
고등학생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지.
당시 지학부에 소속되어있던 나는, 부원 전원(나 외에는 남자)에게 「내게 반했다」라고 오해받고 결국, 어째선지 전원과 육체관계를 가진 것이 돼버려, 학교 안에 소문이 퍼진 적이 있다.
지옥이었다.
마음이 약하고 말주변이 없던 나는, 그 오명을 벗을 수가 없었다.
그걸 사실로 받아들인 부원중 한 명은, 돌아가던 밤길에 뒤에서 막 때리려고 했으니까…….
퇴원했을 때는 지학부는 폐부 되었고, 내게는 서클 크러셔, 소형 식충 식물, 수수한 빗치등등 최악의 별명이 붙었었지……, 하하하…….
괴롭네.
대학교에서도, 사회에 나왔을 때도,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실제 인간관계를 가급적 무난하게 해나가려고 노력해봤지만 실패했었다.
이러한 일들 때문에 업무 외에 타인과 엮이는 것이 귀찮아져서, 빠지게 된 게 있다.
게임 파고들기.
픽션은 화면을 넘어와 때리지 않는다!
얼마나 멋진가!
떠오르는 기억은 오로지 현실의 비참한 경험과, 게임 공략 방법이 메인이었다.
얼마나 인생 경험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야.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실생활에서 쓸데없는 체험밖에 하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에리카가 싫지 않다.
기가 센 부분.
오만한 부분.
행동적인 부분.
전세의 내가 동경하던, 강해 보이는 여자아이다.
남을 괴롭힌다는 부분만 제외하면 내 이상에 가깝다.
이런 여자아이라면, 착각에 빠진 얀데레 남자에게 괴롭힘 받거나 칼에 찔리지 않는다.
평범한 남자들도 도망칠 거 같지만, 그건 사소한 부분이다.
그래!
이 전기 판타지 여성향 게임을 태평한 판타지 여성향 게임으로 바꿔버리면 되는 거야!
하지만, 정말 가능할까?
최소한, 과시만 하지 않으면, 괜찮다.
그러면 전세 때보다 훨씬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쁘지 않다.
분명 단서는 전세의 기억 속에 있을 거야.
에리카가 어째서 죽는지.
그건, 에리카가 다른 캐릭터의 인생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피한다면, 죽음 속에서 살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략 대상들의 어두운 과거.
그건 에리카 자신이 세운 사망 플래그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전력으로 사망 플래그를 꺾어버리면 해결될 일.
단, 그전에 확인하고 싶은 게 있다.
이 기억이 내 망상일 가능성이 있다.
전생이 아니라 미쳤다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니까.
아직 어린 에리카는, 12살 연상인 오빠의 방에서 놀고 있었다.
오빠의 장서 중에서 그림이 많은 책을 꺼내 읽으며 어지럽히다 졸리기 시작했다.
긴 의자에서 조금 선잠을 자다, 흐트러진 머리를 고치러 거울 앞에 왔었다.
내 기억이 망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괜찮아, 에리카?」
거울에 기대며 축 늘어진 나를 걱정하며 다가온 건 오빠였다.
마침 좋은 타이밍이다.
「안색이 좋지 않네」
오빠의 이름은 에드아르트·아우레리아.
아우레리아 공작의 첫째 아들로 히로인의 공략 대상.
에리카와 색이 비슷한 금발 벽안이었지만, 그 눈은 굉장히 상냥하고 다정하다.
「오라버니, 감사해요. 조금 피곤해서요」
「그렇구나, 아까까지 다양한 책을 읽고 있었으니까. 달콤한 거라도 먹으렴」
에드아르트는 테이블 위에 작은 상자에서 작은 주머니를 꺼내, 포장을 풀었다.
「자, 입을 열어보렴」
입을 열자, 초콜릿 한 알이 넣어졌다.
오라버니는 항상 내게 무르다.
「맛있니?」
「네」
「응, 착한 아이구나, 에리카는」
상냥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런 오빠가 있다면 브라콤이 악화해도 아무도 비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럼, 원하는 정보를, 이 상냥한 오빠에게서 끌어내야 한다.
「저기, 오라버니」
「응, 왜 그러니, 에리카. 초콜릿이 더 먹고 싶니?」
「저녁 식사 전에 그렇게 먹으면 살이 찔 거에요」
오빠의 웃는 얼굴을 흐리게 만드는 건 조금 싫다.
하지만, 이 게임의 시작이 되는 사건에 대해, 지금 당장이라도 물어봐야.
「북의, 빙설의 루칸란트 영지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무슨 말이니?」
「작년, 북에서 일어난 그 일에 대해서요」
「……루칸란트 공작가의 참극 말이구나……」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건, 에리카가 조금 더 크면…… 그때는 자세하게 알려줄 테니까, 지금은 참아주지 않겠니」
「……알겠어요, 오라버니. 죄송해요」
「아니, 괜찮아, 나야말로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서 미안해, 에리카」
북에서의 참극 「늑대인간 학살 사건」이 있었다는 것만 알면 상관없으니까, 여기서 멈추자.
20살의 오빠가 8살의 여동생에게, 이런 음산한 이야기를 더 자세하게 설명해줄 거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럼, 슬슬 제 방으로 돌아갈게요」
이걸로, 이 세계는 「리벨·몬스트로룸」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환상의 짐승들--수많은 괴물 몬스트로, 늑대 인간 라이칸스로프, 흡혈귀 뱀파이어--가 야음을 틈타 꿈틀거리는 괴기 세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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