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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중/죽기 쉬운 공작 영애와 7명의 귀공자

죽기 쉬운 공작 영애와 7명의 귀공자 내항자의 유적 2

거의 다 쓴 과거시의 지팡이와, 완드의 반동을 줄이기 위한 연금술사의 가죽장갑 한쪽을 클라우스에게 건넨다.
그리고, 내가 쓰기 위해 새로운 완드의 봉인을 자른다.

「이것이 아우레리아의 지팡이인가, 사용방법은?」
「바라면서 휘두르기만 하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의외로 간단하군. 시험해봐도 괜찮은가?」
「네, 해보세요」

클라우스는 신중하게 완드를 휘두른다.
무사히 과거시 마법이 발동하고, 백색의 마법진이 그의 눈에 집속된다.

클라우스는 몇 번이나 눈을 깜빡이며 주위를 둘러본다.
긴 눈썹에서 바삭바삭 소리가 날 것 같은 기세다.

「……이건 편리하군. 나는 전혀 마력을 소비하지 않는데, 몇 분 전의 네가 보였다」
「시간이 너무 지난 사건은 과거시로는 쫓을 수 없게 됩니다. 발동할 때 알고 싶은 대상에 대해 생각하면, 우선적으로 그 인물에 관한 사건에 초점이 맞춰집니다」
「나는 앤을 생각하면서 탐색하면 된다는 건가」
「맞아요. 그럼 갈까요」

유적 안의 램프는 성수석의 산화가 진행되고 있는 탓인지, 빛이 약하다.
이래서는 중요한 흔적을 놓칠지도 모른다.
가방을 뒤져 램프를 꺼냈다.

「클라우스님, 이 램프도 갖고 있어 주세요」
「그래」

클라우스는 자신의 스태프에 램프를 잡아맸다.
어떻게 할지 생각하고 있었더니, 그는 스태프를 들고 높은 곳을 비추는 것을 실천해줬다.
오오-, 꽤 하네.

……아니, 그런 곳에 앤이 있을 리 없잖아.
아직 미묘하게 탐색에 미련이 남아있는것 같 네? 안된다고요?

우리들은 때때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두 개의 램프로 돌아가는 길을 꼼꼼히 비추면서 나아간다.

「뭔가, 중얼거리는 과거의 네가 보이는군」
「놀리지 말아 주세요」
「에리카……. 너, 괴물이나 유령이 무서운 건가?」
「클라우스님, 동생분 탐색에 집중해주세요」

클라우스가 재미있다는 듯이 히죽거리는 시선을 보내온다.
잠깐, 곤란한데요.
왜냐하면, 지금의 나는 가녀린 8살 아이라고요?
무서운 게 있어도 괜찮잖아요.

아아, 하지만 전세에서의 원래 나이로 보면, 나이도 먹었는데 뭐 하는 거야 라는 이야기가 되니까 괴롭네……, 아하하.

「꽤 내키지 않고 어두운 눈을 하고 있군…… 더 8살 아이다운 표정은 못하는 건가」
「더! 진지하게! 찾아주세요!」
「너, 종종 인생을 포기한 것 같은 눈을 하고 있지……」

에잇, 너한테 듣고 싶지 않다고!!
클라우스의 스틸컷은, 호감도가 오르기 전까지 거의 죽은 동태 같은 눈이었다고!
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억누른다.

클라우스도 때때로 작은 동물 같은 주제에, 상대의 약점을 잡으면 괴롭히려 하다니……!
이게 언젠가 진성 S 캐릭터가 되는 한 조각인 건가!?

아니 아니, 지금은 앤을 탐색하는 것에 집중해야지!

「클라우스님, 앤님의 뒷모습, 찾으셨나요?」
「아니, 아직 앤과 관련된 사건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은 너만 과거시에 보인다」
「제대로 여동생분을 생각하면서 발동하고 계신가요?」
「그래, 제대로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너만 보여서 정말 성가시다」

이, 이 자식이……!!
아니 아니야, 이런 일에 시간을 할애하면 안 돼.

「정말 앤이 있는 건가? 여기까지 한 번도 그 녀석이 지나간 흔적이 없는데」

--어, 어라?
지금, 뭔가, 굉장히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클라우스님, 자동 지도 제작마법을 위해 설치한 부적이 놓인 장소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부적이라고? 그래, 기억하고 있다. 이 방이라면 부적은……」

클라우스는 방구석으로 달려가 벽 쪽을 살폈다.
아, 뭔가 시간이 걸리네.
그는 몇 번이나 벽을 따라 비추면서 돌아다닌 뒤,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돌아왔다.

「없다」
「정말로요?」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분명 그 근처에…… 이상하군, 이건--」

그는 틀리지 않았다.
나도 그리 제대로 기억하는 건 아니지만, 그가 찾던 근처에서 사용되지 않은 부적을 본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 그 부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안 좋은 예감이 맞아버렸다.

「이 <내항자의 유적>, 방도 통로도 이동하는 것 같아요. 아마 마법이 아니라, 기계식으로」

그때, 덜컹, 하고 불길한 소리가 들렸다.
이 유적의 어딘가 먼 곳에서 들린 소리다.

「기계식 미궁인가……!」
「먼 옛날 아우레리아 백성이 사용했던 도적을 피하기 위한 장치의 일종이라고 아버지께 들은 적은 있지만, 이런 대규모 건축물의 기계식 미궁이 있다니,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기구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발밑이 부자연스럽게 기우뚱하고 흔들린다.
지진이 아니다.
지금 그야말로, 나와 클라우스가 있는 방이 움직인 거다.

「……너는 전송문이 있는 방에서 나와 앤이 나오는 걸 본거지」
「네」
「앤을 본건, 그 방외에는 없는 건가?」
「네」

클라우스는 미간에 주름을 맞댄다.
날카로운 눈이 나를 바라본다.

「내가 지났을때와, 네가 쫓아올 때는 아마 같은 통로였다. 하지만, 앤이 지났을 때, 그 통로는 다른 곳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렇게 되겠네요」
「그리고 지금, 다시 미궁 장치가 기동하고, 우리들은 현재 위치를 상실해버렸다…… 그런 거군, 에리카」
「네. 이렇게 되면, 전성문까지 돌아갈 수 있다고 보증할 수 없겠네요」

앤을 찾을 단서도 잃고, <봄의 궁전>에 돌아갈 방법도 사라졌다.
*미라를 파내러 간 사람이 미라가 된다.
미아를 찾을 생각이, 오래전에 미아가 되어있었다.
이제 와서 그걸 깨닫게 될 줄이야, 전부 쓸모가 없게 돼버렸다.

*미라를 파내러 간 사람이 미라가 된다: 실종된 사람을 찾으러 간 사람이 도리어 실종되는 것


「너, 꽤 침착하군」
「그런가요? 소란을 피워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소란도 피우는데요, 저」
「흥, 건방지군」

지금, 가장 걱정되는 건 안에 대해서다.
우리들은 아직 둘이니까 괜찮지만.
어린 소녀가, 혼자 이 어두운 <내항자의 유적>을 떠돌고 있다.
그걸 생각한 것만으로, 심장이 꽉 줄어드는 감각이 느껴진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녀가 이미 고대의 악령과 만나버렸다면--

아니, 비관적인 생각은 하지 말자.
앤을 찾는 것, 원래 장소로 돌아가는 것, 이 두 개만 생각해야지.

하지만, 이 이상 탐색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대로 날이 밝아질 때를 기다리면, 아버지와 하한공작이 알게 되어, 수색대를 보내오지 않을까?

--아니.

그렇게 되면, 앤은 원작 게임처럼 죽어버리겠지.
그녀와의 관계는 변했으니까, 6년 뒤에 날 죽이러 오는 전개가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사망 플래그가 꺾였다고 해도, 그런 건 싫다.
나를 따르던 어린 여자아이의 목숨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이대로 섣불리 움직이면, 사태가 더 악화될 거 같군」
「방법은 있을 겁니다. 잠깐 함께 생각해봐요, 클라우스님」

바닥에 가죽 가방을 펼친다.
지금 수중에 있는 것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취할 수 있는 수단을 확인해야만 한다.

「너, 정말 잔뜩 가져왔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유비무환이란 말도 있으니까요」

*유비무환: 평소에 준비가 철저하면 후에 근심이 없음을 뜻하는 말

현재 상황을 타개할만한 마법은 없는지.
나는 지팡이 상자를 뒤집으며, 라벨을 확인해나간다.

「……그리스의 지팡이인가. 잘 미끄러지게 만드는 마법이군. 상대의 손에 걸면 미끄러져서 아무것도 잡지 못하게 되고, 발에 걸면 잘 넘어지게 되지. 하지만 이런 미궁에서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이런 *niche한 마법을」
「서둘러서 적당히 넣은 것도 있다고요!」

*niche: 틈새

클라우스도 신기한 듯이 가방을 들여다보며, 나와 함께 들어있는 아이템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한 번에 이 상황을 호전시켜줄 편리한 지팡이는 들어있지 않나. 어렵군. 적어도 광역 탐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면」
「신중한 조상을 원망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라우스도 주의 깊게 라벨을 읽고 있지만, 좀처럼 묘안이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아직 포기하지 않는다.
끈기 있게 가죽 가방을 찾아보자, 안쪽에서 성수정 램프와는 다르게 약한 빛이 흘러나왔다.

「이건, 월광 몰식자 잉크네요」
「그래, 하한에서도 자주 사용하는 물건이다」

월광석이라는 하한령 특유의 광물이 있다.
달이 뜸과 동시에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하며, 달이 짐과 동시에 그 빛을 잃는다.
구름이 달을 가려 그늘지면, 월광석의 빛도 마찬가지로 그늘진다.
그런 불가사의한 돌이다.
예부터 하한의 마법사는 월광석의 성질을 이용해, 달에 호응해 빛나는 특수한 몰식자 잉크를 만들었다.

「달이 떴다는 건…… 대략 20시를 넘은 건가」

잉크병 안에는, 조용히 스미듯이 푸른기를 띈 노란 빛이 흔들리고 있다.
성수정 램프와 비교해 상당히 약한 빛이다.
오늘 밤 밤하늘은 흐린 거겠지.

「클라우스님, 이건……」

성수정 램프에 덮개를 씌우고 월광석의 빛을 바라보자, 어떤 것을 알게 되었다.
방의 벽에도 잉크와 같은 색의 희미한 빛이 나고 있다.

「너도 눈치챘나?」
「네, 잉크처럼 빛나고 있죠」

빛의 세기는, 아마 달을 가린 구름의 흐름과 연동되어있겠지.
그런 날씨이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램프를 가죽 가방에 넣고, 클라우스는 지팡이를 로브 소매로 가렸다.
강한 빛이 차단되어, 벽에 적힌 문자의 희미한 빛이 강조되어, 떠오른다.

벽에 적힌 것은, 초승달 마크.
그리고, 마크 밑에는 익숙한 필체의 문자--

그건, 이 미궁에 도전한 선배 탐험가들이 남긴 메시지.
황금빛 달빛에 내리비춰져 나타난 것은, 그야말로 한줄기의 광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