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문을 지나, 쌍둥이의 반달을 찾아라……라고?」
「이건……, 에드아르트 오라버니의 필체에요」
「그 녀석인가!?」
<내항자의 유적>에 에드아르트 오라버니의 흔적을 찾아, 안심해버렸다.
지옥에서 부처님이라도 본 심경이다.
머릿속에서 *아케익 스마일을 짖고 있는 오라버니가 태평하게 손을 흔드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아케익 스마일: 그리스 조각에서 볼 수 있는 미소를 닮은 표정
「오라버니께서 이 유적을 탐색했을 때 남긴, 어떠한 힌트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면 지금은 이 문자를 따르도록 하지」
「그렇네요」
바닥에 펼쳤던 지팡이 상자와 다른 도구들을 가방에 다시 넣고 일어났다.
메시지를 따라, 아치 부분에 초승달 표시가 그려진 출구를 빠져나간다.
30m 정도 어두운 통로를 지나자, 다시 희미한 월광 몰식자 잉크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 개가 나란히 서 있는 반원형 표시.
이게 쌍둥이 반달일 거다.
「이건가……!」
「밑에, 뭔가 문자가 적혀있네요」
「하늘로 치솟는 보름달이 뜰 때, 길이 열린다……」
「보름달? 하지만, 어디에도 원형 표시는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기다려라. 메시지에는 『뜰 때』라고 적혀있다. 그렇다는 건--」
다시, 끼릭끼릭, 덜컹, 하고 무거운 기계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근처에서 방의 형태가 변한 소리다.
「이 힌트는, 미궁이 움직이는 것을 상정하고 적혀있지 않은가?」
「그렇다는 건, ,아까의 소리는 어딘가에서 보름달이 뜬 소리-- 즉, 다음 힌트가 적힌 방과 이어진 소리라는 거네요」
「그래. 그런 거다. 하늘로 치솟다…… 가장 높은 위치에 뜬 보름달이라면, 나아가야 하는 곳은 남쪽이다」
「이런. 저도 참, 이런 때에 나침반을 가져오지 않았네요」
「내게 맡겨라. 소모가 큰 고등 마법이나 광역 마법은 무리여도, 간단한 주술 정도라면 사용할 수 있다」
클라우스는 바닥에 수직으로 완드를 세우고 영창 한다.
사용하는 언어는 같은 하한의 고대어지만, 평소에 사용하는 마법 영창과는 달리 동요 같은 곡조였다.
그가 마법을 건 지팡이에서 손을 떼자, 지팡이는 빙글 돌며 지금까지 걸어온 방향으로 쓰러졌다.
「저쪽이 남쪽이다」
「뭔가 수수하네요」
「고대의 주술이니까. 하지만, 이런 걸 배워두면 의외로 편리하다」
확실히, 엄청 도움 되고 있어.
이 주술이 없었다면, 진심으로 지팡이 뼈대에서 자석을 뽑을 생각까지 했을 테니까.
클라우스가 모르는 곳에서, 에드아르트 오라버니의 지갑 부담은 줄었다.
오라버니의 힌트는, 시간 경과에 더해 무게 이동이 장치 발동의 조건인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처음에 둘이 나눠서 수색했다면, 클라우스와 다시 합류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떨어지지 않게 클라우스와 손을 잡고, 어두운 유적 중 남쪽을 향해 이동한다.
중간중간 램프를 넣고 확인하면서, 신중하게 탐색해나간다.
한동안 나아가자, 어둠 속에서 희미하고 둥근 빛이 떠 있는 게 보였다.
「원형 표시…… 저게 하늘로 치솟은 보름달이네요!」
「멀리서 봤을 때, 메시지는 없는 건가」
「이곳이 마지막일까요」
「네 오라비는 이런 곳으로 유도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보름달 표시가 그려진 입구에는, 새로운 목재로 만들어진 문이 설치되어있었다.
다행히, 문이 잠겨있지는 않았다.
반대쪽에 이상한 낌새는 없는지 조심하면서, 우리들은 천천히 문을 열었다.
「이건……」
「상자……네요」
보름달 표시가 그려진 방안에는, 큰 의상 상자가 5개 놓여있었다.
의상 상자는 금속 테두리로 보강된 견고한 상자로, 자물쇠를 걸수있게 되어있다.
이런 유적 안에 놓여있으니, 보물상자로도 보인다.
의상 상자에는 아우레리아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붙어있는 라벨에는, 오라버니의 필체로 암호 같은 쪽지가 있다.
아무래도, 상자 안에는 오라버니가 미궁 탐색을 위해 보존해둔 아이템이 들어있는 거 같다.
상자 옆에는 2개의 담요가 놓여있고, 불을 피웠던 흔적도 있다.
「간의 베이스캠프, 일까요」
「용의주도하군. 네 오라비답다」
「쓸만한 아이템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면 도움이 되겠군」
의상 상자를 열어보지만, 전부 엄중하게 잠겨있다.
정말 용의주도하고, 확실히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답다.
「클라우스님, 공교롭게도, 만능열쇠의 지팡이는 가져오지 않아서……」
「걱정하지 마라. 어떻게든 해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는 마력을 회복했다」
「그럼, 부탁드려요」
「그래, 내게 맡겨라」
클라우스가 스태프를 상자 위에 대고, 주문을 영창 한다.
동쪽 마법사가 사용하는 스태프는 완드와는 달리, 마력 증폭기 역할을 한다.
하지만, 클라우스 정도의 마법사가 초보적인 주문에 스태프를 사용하다니, 조금 무리하는 거 아닐까?
의상 상자를 감싸듯이, 연분홍빛 마법진이 나타난다.
마법진은 천천히 회전하면서 작아지고, 자물쇠 부분에 집속했다.
철컥, 하고 딱딱한 소리가 들리고 자물쇠가 열렸다.
「좋아, 열린 것 같군」
「열어보죠, 클라우스님」
「그래」
클라우스가 무거운 의상 상자의 뚜껑을 연다.
내가 램프로 비추자, 수많은 아이템이 보였다.
「몇 개의 두루마리와, 식량에……, 응, 이건 좋군, 살았다」
「뭔가 좋은 물건이 있었나요?」
「봐라. 마력 회복 포션이다」
많은 포션이 들어있는 투명한 황색 유리병이 정연하게 늘어서 있다.
역시 대단하세요, 에드아르트 오라버니!
「이만큼 있으면, 네 지팡이에만 의지하지 않아도 된다. 세세한 탐색도 가능하다고」
「다행이네요」
어라? 연금술사는 마력이 떨어질 걱정이 없는데.
에드아르트 오라버니는 어째서, 이렇게 많이 마력 회복 포션을 보존해둔 거지?
동료를 위해서……?
오라버니의 친구는, 하한이나 루칸란트의 사람인 걸까.
이런, 지금은 아이템 확인이 우선이지.
클라우스는 포션 한 병을 단숨에 들이키고, 남은 상자를 차례차례 해제해나간다.
마력이 회복된 그는 절호조로, 물 만난 물고기 같다.
아! 멍하니 있는 동안 4번째 상자도 해제됐어!
「저는 여길 열어볼게요」
나는 마지막 남은 한 상자를 열어보기로 했다.
--키잉!
오라버니의 옷자락에 자수 놓여있는 가벼운 보호 효과가 있는 문양이, 마력이 담겨진 특수한 실과 함께 날아간다.
상자를 여는 것과 동시에, 불길한 보라색 마법진이 펼쳐졌다.
히익! 이건 분명 저주의 부류다.
당황해서 피하려 하지만, 내가 반응하는 것보다 빨리, 마법진의 빛은 사슬처럼 부서져 내게 휘감겼다.
「……에!?」
「……!! 이런! 함정인가!」
(뭐라고요----!?)
그렇겠죠~~!
유적에 아이템이 담긴 짐을 남겼다면, 도적 대책도 하시겠죠!
이거, 사망 플래그랄까 진짜 위험한 거 아니야!?
괴로워……!
클라우스가 영시 마안을 사용해 나를 응시한다.
내게 걸린 저주의 내용을 확인해주는 거겠지.
그의 눈동자가 비통한 듯이 흔들리며, 순식간에 핏기가 가신다.
클라우스는 저주의 해석을 끝내자, 애도하듯이 눈을 내리떴다.
우와! 뭐야 그, 불치병을 알리는 의사 같은 반응!
「……미안하다, 에리카. 이건……, 죽음의 저주다」
힉, 역시!
아우레리아의 인간은 고집이 강한 장인 기질이 많다.
그래서, 대부분 연금술사는 도적에게 엄격하단 말이지…….
「……오라버니께서 거신 저주지요?」
「그래. 작성 실행자는 에드아르트·아우레리아. 너의 오라버니다. 저주를 건 시기는 한 달 정도 전인가」
클라우스의 표정은 어둡고, 나와 눈이 마주치면, 괴로운 듯이 눈살을 찌푸린다.
그보다, 죽는 건가, 지금 당장 죽는 건가, 나!?
「자비의 죽음 저주다…… 일정 시간이 지나고, 고통조차 주지 않고, 빠르게 죽음을 가져오지」
「에, 일정 시간이 지나고……?」
「많이 잡아 12시간, 적어도 8시간이다」
「……에!?」
「약간의 유예를 갖게 하는 건, 희생자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기 위해서인가. 혹은 술자에게 용서를 구하면 해제해주려는 의도가 있는 건가」
귀축이세요, 에드아르트 오라버니.
7명의 공략 대상 중에서 가장 암흑 미소계열로 유명한 만큼 꽤 어두운 보복이시네요……!!
오라버니의 상냥하고 달콤한 면만 봐왔던 내게는 신선하지만.
오라버니의 시나리오를 아직 플레이하지 못한 게 정말 유감스러워서--
「……에리카, 괜찮은가?」
「네, 괜찮습니다」
순간, 현실 도피에 빠질뻔했지만, 클라우스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보고 돌아왔다.
「에리카, 궁전으로 돌아가자. 지금이라면 아직 늦지 않았다. 네 아버지라면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뇨, 지금은 여동생분을 우선합시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괴물과 유령은 나오지 않아도, 이 <내항자의 유적>은 충분히 위험하다.
오라버니나 다른 탐색자가, 다른 치명적인 함정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다.
이런 곳에, 어린 앤을 내버려 둘 수는 없다.
대체로 나는, 심한 일을 겪는 것에 익숙하니까.
전혀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지만.
애초에, 즉사가 아니라 8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게 자비롭다.
겉옷 주머니에서 광석식 시계를 꺼낸다.
현재 시각은 21시를 지났다.
「괜찮습니다. 내일 아침 5시 전까지 탈출해 저주를 풀어달라고 하면 늦지 않을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아무리 여유가 있다고 해도,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여동생분이, 저는 더 걱정이에요」
「하지만……」
「내일은 꼭 셋이서 <봄의 궁전>의 정원을 산책합시다. 약속이에요, 클라우스님」
남의 말을 가로막는 건 예의 없는 행동이지만, 가로막아버렸다.
진지하게 걱정받으면, 오히려 괴로워진단 말이야.
나는 클라우스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인다.
미소는 중요하다.
에리카·아우레리아가 악역의 얼굴이어도, 조금은 불안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까.
「너……」
「이만큼 여유가 있다면, 아주 운이 나쁘지 않은 이상 안 죽어요. 분명 괜찮을 거에요」
「하지만, 에리카…… 너는 굉장히 운이 나빠 보인다」
그렇죠-.
방금 전에도 5분의 1 확률로 죽는 러시안룰렛 보물상자에서 훌륭하게 걸려버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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